2025년 5월, 전 세계 가톨릭 공동체의 눈이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 발코니를 향했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교황, 레오 14세가 "우르비 에트 오르비(Urbi et Orbi)" 강복 메시지를 전하며 역사적인 첫 연설을 시작했습니다.
새 교황님의 연설 중 예상치 못한 한 단어가 있었습니다 바로 인공지능(AI) 였죠.
언제나 마케팅, 서비스 기획, 디자인 등등의 정보를 소개하지만, 그 근저에는 AI가 있는 저이기에, 이번 소재를 꼭 나눠야할 거 같았습니다.
종교의 지도자가 AI를 언급했다
레오 14세는 AI를 "인간의 존엄과 노동, 정의에 새로운 도전을 제기하는 기술"이라고 규정했습니다. 기술의 진보 자체를 비판한 것이 아니라, 기술이 인간 중심의 가치를 침해할 때 교회는 침묵하지 않겠다는 강한 메시지를 던진 것이죠.
특히 19세기 산업혁명기에 노동자의 권리를 옹호했던 레오 13세 교황의 행보를 언급하며, 지금이야말로 교회가 AI 시대의 '사회적 책임'을 말해야 할 순간임을 천명했습니다.
"과거 산업혁명이 인류에게 풍요와 함께 소외와 불평등이라는 그림자를 드리웠듯이, AI 혁명 또한 양면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교회는 이 새로운 시대에 단순한 관찰자가 아닌, 인간 존엄성의 수호자로 서야 합니다."
레오 14세란 이름을 선택한 것은 우연이 아니라는 것을 여기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동시에, 새로운 교황님의 의지를 확인한 것이기도 하지요. 1878년부터 1903년까지 교황직을 수행한 레오 13세는 「새로운 사태(Rerum Novarum)」 회칙을 통해 산업화 시대의 노동자 권리와 사회 정의를 외쳤습니다. 122년 후, 그의 이름을 계승한 교황님은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사태'에 직면한 인류를 위한 목자로써 인간성을 향한 길을 제시하려는 것 같습니다.
그럼 우리는, AI 콘텐츠 제작자는 무엇을 해야 할까?
이 질문 앞에 서 있는 사람들은 많습니다. 당장 저부터 시작하여 디자이너, 마케터, 작가, 기획자, 그리고 개발자까지. 우리 모두는 어느새 AI와 함께 창작하고 있으니까요. 교황님의 메시지는 이 모두에게 유효합니다. 기술을 '어떻게' 쓸 것인가의 문제를 넘어, 우리는 '왜' 그리고 '누구를 위해' 만드는지를 다시 묻는 시대에 서 있습니다.
인류 역사상 모든 기술 혁명은 사회적 질문과 윤리적 도전을 동반했습니다. 인쇄술이 등장했을 때 교회는 처음에는 경계했지만, 결국 복음을 전파하는 강력한 도구로 받아들였습니다. 라디오와 텔레비전이 등장했을 때도 마찬가지였죠. 지금, AI는 이전의 어떤 기술보다 더 깊은 존재론적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창작이란 무엇인가?" "원저작자의 경계는 어디인가?" "기계가 만든 콘텐츠에도 영혼이 있는가?"
우리는 기술자이자 해석자이다
AI는 이제 글을 쓰고, 이미지를 만들고, 목소리를 합성합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결과물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아직 인간만이 판단할 수 있습니다. 저희는 AI가 만든 것을 '기계의 언어'가 아닌, '인간의 언어'로 번역하는 번역가입니다. 그리고 저희가 전하는 메시지가 공감인지, 왜곡인지, 소외인지에 대해 책임져야 할 존재이기도 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지식인이자 언어학자 노엄 촘스는 "모든 기술은 본질적으로 중립적이다. 망치와 같다. 망치는 집을 짓는 데도, 고문에 사용해서 사람을 해치는 데도 쓸 수 있다. 망치는 신경쓰지 않는다. 어떻게 사용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AI 시대의 콘텐츠 제작자인 저희는 AI의 최전선에 있는 만큼, 그 기술로 전하는 의미에 대한 책임을 져야하고, 그 책임은 더욱 막중해졌습니다.
콘텐츠 제작자에게 필요한 윤리적 감수성
1. 인간 중심을 유지하기
AI가 만드는 것이 빠르고 정확하더라도, 감정을 담고 배려하는 건 오직 인간만이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만든 콘텐츠가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가능성이 있는지를 항상 검토해야 합니다. 그 기술의 완벽함보다 인간적인 공감대를 구현하는 것을 먼저 고민하며, AI 생성물에 자신만의 감성과 경험을 더해 언제나 인간성을 잃지 않아야 합니다.
2. 투명하게 밝히기
AI로 생성된 콘텐츠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독자에게 숨기지 않는 것이 신뢰의 시작일 것 같습니다. AI로 제작된 콘텐츠에 AI 참여 정도를 명확히 표기하고, 사용된 데이터 소스와 모델을 공유합니다. 무엇보다, 생성형 AI로 만든 콘텐츠임을 숨기지 않는 것이 필요합니다.
3. 윤리적 경계 설정하기
타인의 얼굴, 목소리, 글쓰기 스타일 등을 모방할 때는 더 신중해야 합니다. '가능한 일'과 '해도 되는 일'은 다릅니다. 기술적 진보로 할 수 있는 일의 범주가 상당히 확장되었습니다. 하지만 그에 대한 윤리 규범은 아직 따라오지 못한 상황입니다. 이러한 상황 속, 창작자로써 우리는 다른 창작자들의 결과물을 존중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타인의 아이덴디티를 침해하지 않도록 주의하고, 더 나아가 잠재적으로 유해하다고 판단되는 콘텐츠는 제작을 거부하는 일이 필요합니다.
4. 공동선을 위한 메시지를 고민하기
바야흐로 도파민의 시대입니다. 사람들은 자극적인 콘텐츠에 중독되었고, 이는 수치적으로 우리들을 매혹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콘텐츠는 단순히 팔리는 것 이상으로, 사람을 위로하고 연결하며 이해시키는 힘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이러한 가치가 가장 인간적인 가치이며 잊지 말아햐 하는 해리티지 입니다.
다리를 놓는 디자이너, 그리고 마케터
레오 14세 교황께서는 연설에서 "다리를 놓는 교회(Ecclesia Pontem)"를 강조하셨습니다. 디자이너와 콘텐츠 제작자 역시 다리를 놓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술과 인간 사이, 정보와 감정 사이, 브랜드와 사람 사이에 다리를 놓는 사람. AI는 분명 놀라운 도구입니다. 하지만, 도구는 언제나 목적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집니다. 우리가 만드는 콘텐츠가 사람을 해치지 않고, 외롭게 만들지 않고, 불공정하지 않게 하려면 우리는 기술을 이해하는 마음과 함께, 사람을 이해하는 감수성도 함께 가져야 합니다. 19세기 작가 찰스 디킨스의 "그것은 최악의 시대였고, 최선의 시대였다" 라는 말은 비단 그 시대의 이야기만은 아닐 것입니다. AI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이 말은 유효합니다. 기술이 가져올 혜택과 위험은 동전의 양면처럼 함께 존재합니다. AI 시대의 창작자로서 우리가 만들어가는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요? 바티칸의 새로운 목자가 묻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질문은 종교적 경계를 넘어, 인류 공통의 과제가 되고 있습니다. 다음을 준비하며, 새로운 교황님의 목소리로 전하는 시대의 경종을 되새겨봅니다.
"당신의 창작은, 누구를 향해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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