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혹시 나랑드 사이다를 아시나요? 저에게 제로 음료란 나랑드 사이다만 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다이어트를 해야했을 때, 정말정말 너무 탄산 음료가 고팠지만 마실 수 없던 그 순간들에 나랑드 사이다는 제 구세주 같은 존재였습니다. 그래서 정말 박스로 사다놓고 마셨던 기억이 있어요. 물론 그 시절에도 코카콜라 제로가 있었지만, 그닥 큰 관심을 받지는 못했던 시기였어요.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편의점과 마트에서 '제로'가 붙은 음료를 정말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펩시 제로슈가, 코카콜라 제로, 칠성사이다 제로 등등 기존 인기 음료들의 제로 버전들이 속속 출시되고 있죠. 식당에서 제로 음료를 조심스레 문의하던 때가 정말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없는 곳이 더 적어지기도 하였습니다. 어느새 제로 음료라는 시장의 파이가 어마어마하게 커진 것이 느껴집니다. 이를 수치로 증명하듯, 2025년 한국 제로음료 시장은 전년 대비 32%라는 놀라운 성장률을 기록하며 1조원 규모를 돌파하였습니다. 이는 단순한 유행을 넘어 소비자들의 근본적인 인식이 변화했음을 보여줍니다. 건강과 맛,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 싶어하는 현대 소비자들의 욕구가 제로음료라는 솔루션을 통해 해결되고 있는 것이죠.
제로 음료란 설탕 대신 아스파탐, 에리스리톨, 수크랄로스, 아세설팜칼륨 등의 인공감미료를 사용하여 단 맛을 낸 음료를 말합니다. 현행 식품표시광고법에 따르면 100ml당 4kcal 미만일 때 '무칼로리', 100ml당 당류가 0.5g 미만일 때 '무당류' 표시가 가능합니다. 500ml 페트병 기준으로는 평균 10kcal 정도의 열량을 가지고 있어 완전한 '제로'는 아니지만, 탄산음료의 평균 칼로리가 150~200kcal 인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차이가 있죠.
제로 음료의 범위는 탄산음료를 중심으로 시작되어 이제는 커피, 차, 과일음료, 에너지드링크까지 확장되고 있습니다. 특히 2023년 기준 전체 탄산음료 시장의 약 25%를 제로 탄산음료가 차지했을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제로 음료는 왜 유행할까?
제로 음료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은 단순한 트렌드가 아니라, ‘헬시 플레저(Healthy Pleasure)’ 문화의 확산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혹시 ‘어다행다’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어차피 다이어트할 거면 행복하게 다이어트하자’의 줄임말로, 고통과 인내의 이미지였던 과거 다이어트 방식에서 벗어나, 지속 가능하면서도 즐거운 다이어트를 추구하는 태도를 뜻합니다. 일반 탄산음료 대신 제로 음료를 마시며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도 이 ‘어다행다’의 대표적인 예입니다. 운동 방식 또한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실내 자전거를 타며 세계 도시를 여행하는 듯한 ‘야핏 사이클’, 게임을 활용한 운동 ‘링피트’ 등 재미 요소를 더한 운동 콘텐츠들이 인기를 끌고 있죠. 이렇듯 건강을 추구하는 방식은 변하고 있습니다. 억지로 참는 것이 아니라, 즐기면서 실천하는 ‘헬시 플레저’ 문화가 새로운 표준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주요 기업 소개서

'제로 음료'라는 트렌드의 탄생 분석하기

제로음료 트렌드 시작을 알기 위해서는 '길티 플레져(Guilty Pleasure)' 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길티 플레져란 죄책감과 즐거움의 합성어로,쉽게 말하자면 하면 안되는 걸 했을 때의 즐거움을 뜻해요. 예를 들어, 다이어트를 하는 와중에 고칼로리 음식을 몰래 먹으며 느끼는 쾌감 같은 거 말이죠. 하지만 이러한 길티 플레져는 죄책감을 수반한다는 단점을 지닌, 이중성의 행복일 뿐이었습니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은 다방면에서 사람들의 변화를 초래하였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건강에 대한 인식입니다. 초기 코로나는 명확한 치료법이 없었고, 높은 치사율과 빠른 확산성으로 인해 감염 자체를 막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죠. 많은 사람들은 일상을 포기해야만 삶을 이어갈 수 있던 극단적인 시기를 겪었습니다.
팬데믹이 종식된 이후에도 이 경험은 사람들의 의식속에 깊이 자리잡았습니다. 건강 관리의 중심은 '치료'가 아닌 '예방'으로 옮겨갔고 이는 곧 삶의 질을 지속적으로 향상시키는 방향으로의 전환을 의미했습니다. 단기간의 다이어트와 같이 고통을 인내하는 방법이 아닌, 일상 속 건강한 생활을 유지하는 방식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이죠.
이러한 일상 속 건강에는 정신 건강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팬데믹 당시 사회적 거리두기와 격리 생활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우울감을 경험했습니다. 보건복지부가 2021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우울감을 호솧ㄴ 비율은 40.7%, 우울 위험군 비율은 22.8%로, 팬데믹 이전보다 6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이로 인해 멘탈케어에 대한 중요성이 대두되었어요. 이맘때쯤 사람들에게 불멍, 물멍이란 키워드도 인기를 끌었죠.
사람들은 그동안의 이중적인 행복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팬데믹으로 인해 건강관리에 대한 패러다임이 변화하였죠. 이제 건강이란 육체적 건강의 단기적 향상이 아닌, 정신 건강을 포함한 일상적 즐거움의 대상이 된 것이죠.
이로 인해 트렌드가 바로 헬시 플레져(Healthy Pleasur)입니다. 헬시 플레져란 건강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활동이나 소비를 의미합니다. 헬시 플레져 트렌드의 대두와 함께 제로 음료에 대한 사람들의 소비도 늘어났습니다. '건강 vs 맛'이라는 끊임없이 이어지던 갈등에서 벗어날 수 있는 해법을 제로 음료가 제공한 것이죠. 소비자들은 더 이상 맛있는 음료를 마시면서 칼로리에 대한 걱정을 할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또한 '다이어트'라는 제한적 의미의 단어 대신 '제로'라는 선택적 의미의 언어 프레이밍이 소비자들에게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진 것도 중요한 성공 요인입니다. 억제하거나 줄인다는 느낌보다는 건강한 새로운 선택지를 제공한다는 인식을 심어준 것이죠.
단순히 트렌드의 변화만으로 제로 음료의 인기를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결정적으로, 맛있어졌어요. 출시 초기의 제로 음료는 맛이 없고, 일반 제품과 맛의 차이가 너무 크다라는 이유로 소비자들에게 외면받았습니다. 그러나 식품과학의 발전으로 당 대체물의 조합, 대체향 기술의 발달로 이 제로 음료의 맛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었습니다. 다양한 방법을 통해 제로 음료의 맛이 큰 폭으로 향상되었고, 맛없는 대체제에서 또 하나의 훌륭한 선택지가 될 수 있었습니다.
트렌드 리얼 반응 체크하기
트렌드에 대한 사용자의 진짜 반응을 확인하기 위해서 InterviewX를 통한 트렌드 분석을 진행해보았습니다. 먼저, 진짜 반응을 확인할 수 있는 FGI를 진행해줄 5명의 AI 페르소나를 선별하였습니다. 이들과의 그룹 인터뷰를 포함하여 총 60명의 페르소나와의 퀵서베이를 통해 NPS 점수와 만족요인 분석을 진행할 수 있었는데요. 그 결과를 함께 확인해볼까요?

한 장으로 보는 [제로 음료] 인사이트

산업 및 시장 기회 분석
첫째, 가치 충돌 해결 비즈니스 모델 입니다. 제로 음료의 성공은 소비자들이 느끼고 있던 가치 충돌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보여줍니다. '건강 vs 맛'이라는 기존의 이분법적 선택에서 벗어나 두 가치를 동시에 충족하는 솔루션을 제공함으로써 새로운 시장을 창출한 것입니다. 이를 통해 다른 다양한 분야에서도 산업에서 소비자들이 경험하는 딜레마를 파악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제품/서비스를 통한 새로운 시장 진출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둘째, 언어적 프레이밍의 힘 입니다. '다이어트'에서 '제로'로의 언어 전환이 가져온 마케팅 효과는 브랜딩과 포지셔닝에서 단어 선택의 중요성을 보여줍니다. 동일한 기능이라도 어떤 언어로 포장하느냐에 따라 소비자 인식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음을 증명하였죠. 이는 다른 산업에서도 기존에 사용 중이던 마케팅 언어에 대한 소비자의 인상을 확인하고, 그 중 부정적 연상을 가진 용어를 긍정적 대안으로 바꾸는 방법의 가치를 보여줍니다.
셋째, 니치에서 메인스트림으로의 전환 패턴 입니다. 제로 탄산음료가 약 25%의 시장점유율을 확보한 것은 틈새시장에서 시작된 제품이 어떻게 주류 시장을 재편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초기 소수의 건강을 생각하는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시작된 제품이 기술의 발전과 마케팅 혁신을 통해 대중화에 성공한 것입니다. 이는 다른 산업에서도 혁신적 제품의 시장 확산 전략 수립에 중요한 참고점을 제공합니다.
'제로 음료' 트렌드를 내 아이템에 적용하기
제로음료 트렌드의 성공은 단순한 저칼로리 제품 개발을 넘어, 소비자의 심리적 갈등을 해소하고 새로운 선택의 경험을 제시한 데에 있습니다. 기업이 단순히 제품의 기능적 개선에 그치지 않고, 소비자가 일상에서 겪는 가치 충돌의 지점을 정확히 포착해 이를 해소하는 솔루션을 제시할 수 있다면, 브랜드에 대한 신뢰와 선호는 자연스럽게 따라온다는 것을 보여줬죠.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제품 개발 초기 단계에서부터 소비자가 포기하지 않아도 되는 선택을 만들기 위한 설계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또한, 기술을 활용한 실질적 해결과 소비자 인식의 전환을 이끌 수 있는 언어적·심리적 설계 요소를 결합하는 방식이 효과적일 것입니다. 결국 제로음료는 '맛과 건강'이라는 상충 가치를 통합한 전략을 통해 틈새시장을 넘어 주류 시장을 설득해냈듯이 말입니다.
'Use Case > Trend Rader' 카테고리의 다른 글
트렌드 레이더 [책] 편 (10) | 2025.06.18 |
---|---|
트렌드 레이더 [프리미엄 수건] 편 (4) | 2025.06.04 |